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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 딴소리2012/01/08 04:24


Scent of A Woman / Martin Brest / 1994


1-1.

많은 사람을 앞에 둔, 감동적인 연설을 통해 영화의 갈등을 해소하는 장면들은 그리 흔하지가 않은 듯 하다. 그런 식의 장치들을 통해 사건을 전개하는 건 차라리 연극에 더 적합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그 연설이라는 건 교훈적인 내용이 많아 좀 꼰대스럽기도 하고, 기껏 이런저런 갈등들이 쌓여왔는데 그걸 말로 푼다는 것도 좀 맥이 빠지는 듯 하고. 

거의 클리셰 취급을 받는, 어딘가 싸우러 나가기 전 결연한 표정의 보스 정도 되는 사람이 긴장한 대원들 앞에 두고 한마디 멘트 날리는 그런식은 뺀다면, 언뜻 떠오르는 건 몇가지 안된다. 의외로 법정 드라마보다 뭔가 주인공이 부당한 징계를 받게 되어 그 사실에 대한 항변하는 모습들만 생각난다. 의대 제적 위기에 처한 '패치 아담스'의 늙은 의대생 로빈 윌리암스가 의사들을 앞에 두고 감동적인 연설을 하는 것도 그렇고 이보시오 의사양반! 아니 그게 무슨 말이요!    



그러나 내 기억속에 남아 있는 정말 멋진 연설은 알 파치노 주연의 '여인의 향기'에 나오는 바로 이 장면[각주:1]. 패치 아담스에서는 의대 졸업 자체가 극중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아 그냥 영화 전반에 나온 그의 신념을 다시 요약 정리하는 정도에 그치지만, 알 파치노의 이 연설은 그야말로 폭풍 간지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deus ex machina) 


1-2.


Por Una Cabeza [각주:2]

너무나 유명한 장면으로 이 영화이후로 나온 영화들중 탱고 장면이 나온다면 뭐 거의 이 영화의 패러디인듯. 그중 가장 깼던 장면은, '트루 라이즈'에서 아놀드 前 주지사님이 췄던 춤. 진짜 최악이었다. 그리고 딱 저 장면만 나와 춤 한번 추고 퇴장한 가브리엘 앤워, 간드러지는 웃음소리하며 무슨 여신같은 포스를 뿜어댔는데 이후 출연작들은 안습 그 자체.


2.

알 파치노는 아무리 연기라 생각하고 봐도 진짜 장님같다. 괜히 그가 연기의 신이라 불리는 게 아닌 걸 다시 확인시켜준다. 


3.


故 스티븐 짭스옹 아니다. 이 영화 감독, 마틴 브레스트(Martin Brest)다. 이 양반 나이들면서 점점 더 짭스 닮아간다.[각주:3] 까만 터틀넥에 청바지 입으면 거의 도플갱어 수준이 아닐까. 



  1. 영어 잘 하던 누가 말하기를, 자막으로 봐도 충분하지만, 실제 영어를 들으면 얼마나 멋진 연설인가를 더 느낄수 있다고 한다. [본문으로]
  2. 스페인어로 '모가지 하나 차이' 라는 뜻인데, 목 하나 차이로 경마에서 진 경주마 예를 든 사랑 노래란다. [본문으로]
  3. 잡스가 55년생인데, 이 양반은 51년생으로 좀 더 나이가 많지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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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tted
영화보고 딴소리2012/01/06 23:17

Cast Away / Robert Zemeckis / 2001

1.

영국 작은 항구에 사는 이녹 아든(Enoch Arden)은 애니를 사랑했고, 그녀와 결혼해서 7년간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며 애를 셋이나 낳았다. 이 소중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이녹은 돈을 벌려고 중국으로 갔는데 그후 소식이 끊겼다. 애니는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남편은 돌아오지 않고 막내아들까지 병으로 죽게 된다. 결혼전부터 애니를 사랑했으나 그녀에게 선택받지 못했던 이녹의 오랜 친구 필립은 절망하는 애니를 위로하며 여러 도움을 주었고, 그리고 그녀에게 청혼을 한다. 이녹이 사라진지 10년만에 애니는 새로운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이녹은 중국으로 가서 돈을 벌어 기쁜 마음으로 영국으로 돌아오다 배가 난파하고, 셋만 남아 무인도에 올라 5년을 사는데, 그 사이에 나머지 둘도 목숨을 잃는다. 혼자가 된 이녹. 그는 섬에서 홀로 살아간지 7년만에 구조가 되어 고향 마을로 돌아온다. 12년만의 귀국, 돈 한푼 없이 거지꼴로 돌아왔으나 오랜 시간 고생을 한 탓에 늙어버린 그를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 예전부터 알던 여관 노파 미리엄은 그에게 그간의 일을 말해준다. 이녹의 아내 애니는 십년간 그를 기다렸고, 필립의 헌신적인 도움과 막내 아들의 죽음. 그리고 얼마전 재혼한 필립과의 사이에 아기도 낳아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이녹은 필립과 애니가 살고 있는 집을 찾아가 창문으로 집안을 엿본다. 따뜻한 난로, 아내 애니를 닮은 아름다운 첫딸,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닮은 귀여운 아들, 그리고 남편 무릎에 잠들어 있는 간난 아이. 그 간난 아이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쓰다듬는 아내 애니, 행복한 가족들. 이녹은 부들거리는 걸음걸이로 창문을 떠나 땅에 주저앉아 울며 기도한다.

'신이여, 내가 아내에게 말하지 않을 힘을 주소서. 지금 누구보다 행복한 얼굴로 웃고 있는 그녀에게 이 사실을 알게 할수는 없습니다' 

이녹은 항구에서 잡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는데, 삶의 의욕이 없어진 그는 일년만에 병들어 죽고 만다. 죽기 전 여관의 노파 미리엄을 불러 자신이 이녹임을 밝히고 품에서 머리털 한타래를 꺼내 건네주며 이렇게 말을 한다.

"나 죽기 전에 결코 말을 하지 마시오. 내가 아내를 죽도록 사랑하고 축복하며 기도했었다고 전해주시오. 내 귀여운 아들 딸에게도 아버지가 축복하며 기도를 하였다고 전해주시오. 필립에게 또한 내가 축복하고, 오직 선의로만 우리를 대하였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전해주오. 이것은 내가 항해를 떠날때 아내가 우리 아들 머리털을 잘라준 것, 이게 내가 이녹이라는 증거요"

며칠뒤 이녹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각주:1] 


1-1.

영국시인 알프레드 테니슨(Alfred Tennyson)이 19세기 빅토리아 왕조때 쓴 서사시 '이녹 아든' (Enoch Arden)의 내용이다.[각주:2] 영화 캐스트 어웨이는 로빈슨 크루소류의 솔로잉 생존에 관한 모험담보다, 이녹 아든의 그 드라마와 더 닮아 있다. 톰 행크스는 4년만에 돌아오지만, 그의 약혼녀였던 헬렌 헌트는 그의 단골 치과의사와 이미 결혼을 했다. 역시 의느님..

치과를 가기 싫어했고, 결국 충치 때문에 스케이트 칼날로 썩은 이빨을 뽑아내는 장면을 생각하면 뭔가 미묘하다. 이런 약간 불편한 농담은 몇 개가 더 나오는데, 그의 생환 축하파티에 해산물이 잔뜩 있다거나 그의 친구가 '못했던 낚시나 실컷 하세' 라고 말하는 장면. 놀리는 것도 아니고. 


1-2.


결국 너덜너덜해지도록 보관하던 마지막 택배를 건네주고 (그 여자와 뭔가 될것 같은 뉘앙스를 풀풀 풍긴다) 사거리에서 영화는 끝난다.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것은 어디든 갈수 있다는 말도 된다. 길 한가운데 서서, 몇년간 무인도의 동굴에서 수평선만 바라보며 지냈을 그가 지평선을 둘러보며 느꼈을 감정은 어떨까. 나는 저런 길에서 햇살 가득 받으며 달리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바이크에 커버를 씌워 한 구석에 처박아 세워둔지 몇주째, 뭔가 불만족인 상태인듯. 봄이여 어서 와라! 


2

몇가지 얘기거리. 

2-1.

톰 행크스가 무인도에 표류해서 정착하는 장면을 찍고, 저메키스 감독은 1년간 면도와 이발을 하지 말것과 20kg 이상을 감량할 것을 요구했다. 그 1년간 감독은 딴 영화를 찍었다지만 그 동안 톰 행크스는 뭐하고 지냈을까 궁금하다. '포레스트 검프'를 찍을 때 뭐 감독한테 약점 잡힌거 있나? 머리도 깎지말고 면도도 하지말고 걍 집에서 밥이나 굶고 있으라 했다니. 톰 행크스의 감량은 이 영화보다 (표류 초기, 그리고 화면 바뀌고 몇년 뒤 무슨 성형 광고 비포어 / 에프터 수준으로 확 바껴 나온다) '필라델피아'에서 서서히 말라가는게 더 압권.

2-2.

제대로 PPL 영화. 미국 스포츠 제조용품사 윌슨사에서 만든 배구공은 거의 주인공급으로 나온다. 이름도 윌슨. (그 자식 배구공은 이후 경매에 부쳐졌는데 2천만원 가량으로 낙찰되었다) 또 톰 행크스의 직업은 FedEx 직원인데, 영화 후반부에 FedEx CEO 역으로 나온 사람.. 실제 CEO다. 

2-3.

윌슨은 여러군데서 패러디 되었는데, 영화 '에너미 라인스' 에서 항공모함 갑판위에서 럭비공을 쐈다가 바다에 떨어지자 주인공이 '윌슨!!' 하고 울부짖으며 쫓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근데 그 울부짖는 주인공 본명이 오웬 윌슨. 박물관이 살아있다에 나온, 코 약간 비뚤어지게 생긴 그늠..



  1. 어떤 데서는 멀리 지나는 뱃고동 소리에 벌떡 일어나 '배다! 배다! 난 살았어' 하고 외치고 쓰러져 죽었다고도.. [본문으로]
  2. 윌리엄 대포의 '로빈슨 크루소'보다 한세기 정도 뒤의 작품이니 알프레드 테니슨은 당연히 로빈슨 크루소의 영향을 받았을 듯.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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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t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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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hel Weapon 4 /  Richard Donner / 1998


1.

얼마전, 무조건 저녁먹으러 와야 된다는 姜선배 (張선배 부인되시는) 의 채근에 저녁먹으러 갔던적이 있었다. 마침 배가 고파 가자말자 밥 달라 했는데 무한도전인가 나발인가 본다고 끝날때까지 과자 부스러기에 소주만 덜렁 내놓고 그거 먹고 있으라며 티비 앞에서 꼼짝도 안하길래 징징 거렸던 기억도 나는데, 아무튼 그날이 張선배 부부 결혼 10주년 기념일이었다. 망할놈의 무한도전이 끝나고 저녁을 먹으며 소주를 몇병 비우다 姜선배가 케익을 가져와 불을 붙히고 멘트를 한마디 했다. '우리 남편 십년동안 잘 살아줘서 고맙고.. 우리 재준이 재은이, 정말 우리한테 와줘서 고맙고...' 그러더니 문득 날 보고 한마디 첨언.

'그리고.. 우리 식솔' 

마시던 소주 사레 걸릴뻔했다. 들을때는 무슨 '딸린 군식구' 내지는 '사랑채에 거주하는 머슴' 같은 어감이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그냥 식구 하고 비슷한 의미였다. 구체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살아도 식구는 식구지만, 같은 집에 거주하는 식구, 정도의 의미.


2.

87년에 나온 러쉘 웨폰1 부터, 98년 러쉘 웨폰4 까지 느낌이 참 안 변하는 영화다 싶었는데 시리즈 전체의 감독이 리차드 도너 한명이다. 상당히 드문 경우가 아닌가 싶다. 저 정도 히트한 영화인데 배역진도 그대로이고. 여주인공 산드라 블록이 키아누 리브스와 헤어졌다는 설정의 스피드 2 도 그렇고, 이미 부인역이 늙어버려 출연하기 곤란해 별거중이라는 컨셉의 다이하드 시리즈도 그렇고. 

티격태격하지만 잘 맞는 파트너의 버디무비, 게다가 경찰, 흑백. 사실 지금에는 상투적인 클리셰들이 많다. 멜 깁슨과 데니 글로버는 그런 종류의 대조가 있지만 영화 전체에 가장 빈번하게 보여지는 모습은 가정이다. 일단 많은 씬에서 배경이 되기도 하니까. 데니 글로버는 중산층 집에 보트까지 구입해서 애들을 키우는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의 모습이라면 멜 깁슨은 혼자 트레일러에서 아무렇게나 살아가는 독신남. (마지막 장면에서 르네 루소와 결혼하기는 하지만) 


1-1.

섬에서 유배 생활할 때 제일 힘들었던 건 외로움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서울 친구들에게 내려오라 징징대기도 많이 했는데 그  요청에 가장 먼저 (姜선배 말로는 저시키가 집 본격적으로 어지럽히기 전에 가야 한다고..) 내려왔고 그리고 가장 오래 있었던 사람도 張선배 부부였다. 물론 재준이 재은이까지 포함해서.

그래서 서울을 다시 올라오고 張선배 집을 드나들며 러쉘 웨폰의 멜깁슨하고 나하고 상황이 좀 닮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디테일한거야 물론 차이가 크지만 어느정도는 수긍이 간다. 나도, 가끔씩 그 집에 가서 웃고 떠들며 술 마시고 姜선배한테 구박받고 애들한테 시달리고 돈 뜯기고 하면 참 유쾌하기는 하다. 그래서 신림동에서 도망치듯 이사할때, 그리고 다시 서울 올라온다 결심했을 때 자연스럽게 이 동네로 이사왔겠지. 

朴선배가 서울 올라올지도 모른다며 떡밥을 투여중이다. 사실 온다면 처갓집이 있는 정릉쪽으로 집을 구하겠지만, 이 동네에 집을 구해서 셋이 또 예전처럼 동네 선술집이라도 하나 단골 삼아 소주잔을 기울이면 재미있기는 하겠다. 


덧글. 

러쉘 웨폰이 다시 제작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시리즈가 아닌 리붓(reboot) 형식이라고. 일단 멜 깁슨이 출연하지 않는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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